교회와 미디어 Church and Media
많은 목회자들이 미디어사역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만 목회를 하다 보면 목양과 설교 준비 만으로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미디어사역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인력과 재정적 부담도 크기에 미디어사역을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나 역시 같은 입장, 같은 생각이었다. 내 이야기가 모든 교회에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하나님께서 지난 목회여정 가운데 주신 미디어 사역에 대한 생각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2020년은 울산대영교회에서 담임목회를 시작한지 18년이 되는 해다. 성도들의 신앙이 건강하고 균형있게 성장하도록 다양한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사역했다. 부교역자 시절 사랑의교회에서 옥한흠 목사님으로부터 목회를 배웠고, 옥한흠 목사님의 목회철학을 이어받아 목회현장에서 예배와 제자훈련을 그 무엇보다 강조해왔다. 하지만 울산대영교회에서 담임목회를 시작하니 지난 사역의 경험들을 울산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음을 깨달았고, 기존의 경험을 토대로 현장에 부합하는 목회전략을 세워내려고 노력했다.
또 다른 고민도 있었다. 그것은 다음세대를 이해하고 도전하는 일이었다. 나는 다음세대에 목숨을 걸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이를 위해 장기적인 10년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5년 전략적 계획(중기계획),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1년 실행계획(단기계획)을 세웠다. 미디어사역은 5년 전략적 계획 중 하나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문명의 혜택들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신앙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우리에게 주어진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할 때, 이러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오늘날 목회 환경에서 미디어사역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역할은 바로 소통이다.
미디어는 하나의 기술이기 이전에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해야 한다. 미디어사역을 한다는 것은 더 명확하고 효율적인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를 가진다.
현대 예배에는 입례부터 축도까지 예배의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이를 빠짐없이, 충실히 실행하기 위해 모든 교회가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노력, 사역의 축이 바로 미디어사역이다.
오늘날의 예배는 다양한 미디어가 활용된다. 중계방송, 영상, 자막, 음향, 디자인, 조명, 콘텐츠 제작,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와 같은 기술이 없는 예배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왜 예배를 위한 미디어 활용이 이처럼 중요해졌을까? 더 효율적인 소통의 방법으로 메시지를 더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예배를 위한 미디어사역의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복음과 기술적 혁신 The Gospel and Technological Innovation
역사적으로 교회는 기술의 혁신을 가장 잘 활용했다. 사도 바울은 이미 구축된 로마의 도로를 적극 활용하여 전도여행을 했다. 수많은 교회와 선교사들은 위생과 보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곳곳에 병원을 지었다. 문맹을 퇴치하고 성경을 읽게 하려고 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을 사용하여 성경을 대량으로 인쇄했고 이는 종교개혁의 불씨가 되었다.
2016년에 출간된 앤드류 페러그리의 책 브랜드 루터(Brand Luther)는 종교개혁가 루터의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루터가 얼마나 브랜딩에 능통했는지, 인쇄기술(Printing Press)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종교개혁의 배경으로 활용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Pioneer: Johannes Gutenberg with his printing press CREDIT: GETTY
루터는 책과 팜플렛을 사용하여 그의 생각(95개 조 반박문)을 효과적으로 전파하는 방법을 빨리 배웠습니다. 그는 단어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타이밍, 정확성, 디자인 그리고 효과적인 배포에 집착했습니다… - 앤드류 페러그리의 브랜드 루터
당시 루터가 활용한 인쇄기술은 혁신 중에 혁신이었다. 루터는 95개 조 반박문을 라틴어가 아닌 쉬운 독일어로 번역해 독자수를 차츰 늘려갔다. 당시 성경책은 라틴어로 기록되었고 아무나 소지할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그는 쉬운 언어로 전달해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는 단순한 논리를 바탕으로 인쇄기술을 활용했다.
교황 비오 12세 역시 기술의 발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회는 기술의 발전을 환영하고 사랑으로 받아들입니다.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은 기술의 발전은 하나님으로부터 왔으며 이를 통해 하나님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황 비오 12세
최고의 복음 메신저였던 빌리 그래함은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복음 전도자였다. 그의 설교가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수백만 명을 감화시켰고 예수 그리스도께 인도했다. 미디어를 통해 그의 설교는 각 대학과 지역을 불문하고 전 세계로 전파되었고 세계복음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빌리 그래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교회는 기술을 사용해 혼란, 공허와 절망 속에도 그리스도의 사람들에게는 소망이 있음을 말해야 할 때입니다. - 빌리 그래함
이러한 기술의 발전의 중심에는 미디어 즉 커뮤니케이션의 진보가 있었다. 그 방법론은 이제 인쇄기술에서 매스미디어 시대를 지나 1인 미디어로 발전해왔다. 이제는 누구나 특정인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교회는 이제 유튜브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선교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 그런즉 그들이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 로마서 10:13-14
한국교회는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적응해 왔다. 20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우리는 동영상으로 설교를 보지 않았다. 온라인 뱅킹으로 헌금하는 것을 거룩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제는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계좌이체로 헌금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교회의 건축양식과 예배음악을 보노라면 교회문화와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느낄 수 있다. 온라인 교적과 교회 관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을 살펴보더라도 기술의 발전이 목회에 주는 효용 가치를 살펴볼 수 있다.
초연결 사회의 교회 Church of Hyper-Connected Society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집단지성의 힘과 지식공유경제 시스템의 놀라운 편의성을 경험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집약적 과학기술은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된 기술 중 하나이다. 스마트폰이 가진 최고의 힘은 소통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바벨탑을 짓던 인류에게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번역 앱을 통해 바벨탑은 완성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터넷 혁명으로 오프라인에서 일어난 일이 온라인에 반영이 되었다. 더 나아가 모바일 혁명은 온라인에서 일어난 일들을 오프라인의 세계에 반영하기도 한다. 기술의 발달로 온, 오프라인의 동기화가 더 밀접하게 일어나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가 동일화된다. 이를 초연결 사회라고 부른다. 모바일 혁명이 일어난 현대사회에서는 온라인에 연결되는 것 자체가 생존의 문제로 여겨지며, 우리는 이미 이러한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변형된 매슬로우의 7단계 욕구
재미난 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현대인들에게는 매슬로우가 주장하는 5단계 욕구 외에 두 가지의 기본욕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변형된 매슬로우의 7단계 욕구'라고 부른다. 추가된 두 가지 기본욕구는 와이파이와 배터리다. 와이파이와 배터리 없이 살 수 없는, 초연결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이 잘 묘사하고 있지 않은가.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미디어 팀의 사명 Mission of Media Team
책 유튜브 레볼루션은 미래 우리 삶의 양식은 극도로 미디어 지배적인 환경이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매년 커지고, 밝아지고, 선명해지고 빨라지는 모바일과 태블릿 역시 이런 변화에 한몫하고 있다. 머지않아 자율주행 자동차 안에서 영상을 감상하게 될 것이다. 미래는 비디오가 지배할 것이다. 우리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영상이 재생되고 있을 것이다.
-유튜브 레볼루션
모든 인류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게 될 것이고 우리가 목양해야 하는 성도들의 삶의 양식 역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적응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스크린 앞에서 보내게 된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수많은 글로벌 비즈니스 기업들은 브릭스 앤 클릭스 모델(Bricks and Clicks Model)을 비즈니스 모델로 채택하고 오프라인의 온라인의 웹과 앱에서의 경험을 동기화(Synchronization)하게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인터넷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은 온라인 판매에서 시작했지만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을 기술로 완성된 오프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고를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무인매장 Amazon Go
그와 반대로 교회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은 강력하지만 온라인에서의 경험은 미미하다. 이제는 교회 공동체도 언제, 어디서든 공동체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교회는 더 이상 오프라인에서만 존재하는 교회가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존재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온라인 플랫폼을 얼마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90년대 인터넷의 보급으로 교회는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어느 교회든 홈페이지는 필수가 되었다. 이제는 홈페이지의 경계를 벗어나 더 능동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교회를 확장할 수 있다. 4차 산업 혁명으로부터 맞이하게 될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교회는 이제 두 가지 건물로 운영되어야 한다. 하나는 물리적 건물(Physical Building)이며 또 하는 온라인 건물, 즉 미디어 빌딩(Media Building)이다.
대영교회 미디어 빌딩(Media Building): 대영교회는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여 전 세대가 온라인에서 대영교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모든 플랫폼 중 대부분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대영교회의 미디어 빌딩(Media Building)의 시작은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을 게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각 세대마다 사용하는 채널이 다르고 각 채널이 가진 전파성 또한 다르기에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 미디어 빌딩을 세워가는 사역은 결국 온라인 전도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오프라인에서의 전도와 선교적 전략을 온라인으로 확장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미디어팀의 운영은 단순히 기술적 의도로 접근하는 것을 넘어서 목회적, 선교적 전략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기술, 예술적 은사를 목회현장과 선교현장에 접목시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 세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한다
-대영교회 미디어팀 사명
미디어 팀 세우기 Building Media Team
미디어사역 초창기 부산 호산나 교회에 탐방을 갔었다. 장비도 좋았고 미디어 사역을 위한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었는데 무엇보다 미디어 사역자의 복지혜택과 대우는 상상 이상이었다. 당시 담임목사님이셨던 최홍준 목사님은 "장비보다 사람에게 투자해야 합니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깊이 다가왔다.
미국의 교회 구인 사이트 "Churchstaffing.com"에 인기 카테고리 중 하나가 바로 Media/Technology 분야다. 인기 직업군으로 보면 미디어 디렉터(Media Director), 비디오 스토리텔러(Video Storyteller), 그래픽 디자이너(Graphic Designer), 소셜미디어 매니저(Social Media Manager) 순이다. 이를 볼 때 현대교회의 특징이 무엇인지, 어떤 분야가 중요한 지 잘 말해주고 있다.
목회자가 이러한 전문 분야에 능통하기란 쉽지 않기에 전문가에게 사역을 위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미디어사역을 위임하는 것은 아무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위임에서 멈추면 안된다. 미디어 사역 성공의 핵심은 협업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미디어사역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울산이라는 지역과 온라인세계 역시 선교지로 생각했다. 선교지이기에 당연히 선교사를 파송한다는 마음으로 사역에 임했다. 선교에 헌신된 청년을 미디어 디렉터로 세웠고, 선교사로 임명했다. 부목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대우를 하고 긴밀하게 전반적인 사역의 내용을 함께 논의했다. 함께 팀을 이뤄 사역하는 방송, 미디어, 음향, 디자인 간사들에게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우를 해줬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이러한 인적자원을 보내주신 하나님께 참 감사하다. 그리고 부족한 나를 도와 사역에 동참해 준 사역자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한다.
목회자들은 미디어 사역자들(디렉터, 간사, 봉사자)을 목회의 파트너로 여겨야 하며 그렇게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나는 전적인 위임 이후에 기술적으로 예배와 집회 및 행사 등의 사역 전반에 미디어와 기술적 접근이 미디어 디렉터의 의견을 듣는다. 그리고 다시 목회적 관점에서 조율할 부분들을 조율한다. 미디어 디렉터가 볼 수 있는 영역과 담임목회자만이 볼 수 있는 영역이 다르기에 두 관점이 적절하게 조율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임 뒤에는 반드시 협업의 과정이 필수이다. 그래야 목회의 방향성에 맞게 미디어 사역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영교회는 1명의 미디어 디렉터, 4명의 간사(미디어, 방송, 음향, 디자인) 총 52명의 장년 봉사자와 39명의 청년, 중고등부 봉사자까지 총 96명이 함께 사역하고 있다.
마치며
오늘날 목회현장은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가 함께 공존한다. 그 어떤 시대보다 세대간의 이해가 절실하다. 세대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사회 전반에 걸친 이념 갈등을 비롯해 교회가 받고 있는 수많은 도전들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다.
다음세대를 책임질 차세대 목회 리더십들은 사역의 또 다른 영역이 있음을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고 하신 대위임령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소셜미디어(Social Media)영역을 당신의 사역에 포함시키길 당부한다.
인구절벽과 같은 눈앞에 다가온 현실, 정보통신 기술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 등 80~90년생 목회자들이 맞이할 앞으로의 목회 환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마틴 루터와 빌리 그래함이 그랬던 것처럼 미래에 우리가 마주하게 될 기술과 미디어를 복음의 통로로 잘 활용하길 바란다.
위의 아티클은 2020년 월간목회에 실린 기사입니다.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