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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브랜딩에 진심이여야 하는 이유

포스팅날짜
202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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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브랜딩
chruch br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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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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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넘어 본질로

2025년의 대한민국, 우리는 ‘브랜딩’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길거리의 핫도그 가게조차 고유의 이름과 로고 없이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이러한 시대에 한국교회가 ‘브랜딩’을 논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혹자는 이 단어에서 ‘상업화’의 냄새를 맡고, ‘세속화’의 그림자를 보며 불편함을 느낄지 모른다. 교회가 언제부터 기업처럼 자신을 포장하고 마케팅해야 했는가? 진리는 스스로 빛나는 법인데, 굳이 인간의 전략이 필요한가? 타당한 우려다.
하지만 만약, 브랜딩이 단순한 포장이나 장식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을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가장 진솔한 언어이자, 시대의 혼란 속에서 교회의 ‘다움’을 드러내는 사랑의 전략이라면 어떨까? 이 글은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둘러싼 오해의 안개를 걷어내고, 그 뿌리부터 파헤쳐 2025년 한국교회가 왜 이 개념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지 그 본질적 이유를 탐색하고자 한다.

‘브랜드’의 뿌리를 찾아서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광활한 초원에서 시작된다. 고대 노르드어 ‘brandr’는 ‘불로 지지다’라는 뜻을 가졌다. 목동들은 불에 달군 인두로 자신의 가축에 낙인을 찍어 소유권을 표시했다. 이 선명한 표식, 즉 ‘브랜드’는 “이 양은 내 것”이라는 강력하고 분명한 선언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표시를 넘어, 소유주가 누구인지, 그 품질을 누가 보증하는지에 대한 약속이자 정체성이었다. 이 원초적인 개념은 놀랍게도 성경의 깊은 영적 진리와 맞닿아 있다. 성경은 처음부터 하나님의 ‘표시’에 관한 이야기였다.
구약의 원형적 브랜딩: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시며 ‘할례’라는 육체의 표시를 명하셨다. 이는 “너는 내 백성”이라는 지워지지 않는 소유의 낙인이었다. 이집트를 탈출하던 밤, 이스라엘 백성은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발랐다. 죽음의 사자가 넘어간 이 피의 표식은 하나님의 보호와 구원을 보증하는 가장 극적인 브랜드 마크였다. 이처럼 하나님의 ‘이름’ 아래 모인 백성은 그분의 소유임을 증명하는 독특한 ‘표시’를 지녔다.
신약의 영적 브랜딩: 신약 시대에 이르러 이 표식은 더욱 깊은 차원으로 발전한다. 사도 바울은 우리가 복음을 믿을 때 “약속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다”(엡 1:13)고 선언한다. 여기서 ‘인(seal)’은 고대 왕들이 자신의 소유나 권위를 증명하기 위해 찍었던 도장을 의미한다. 성령의 인치심은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이며, 그분의 소유라는 영적인 ‘브랜드 보증서’와 같다. 이는 세상의 그 어떤 힘도 빼앗을 수 없는 하늘의 소유권 증명서다. 결국, 브랜딩의 원형은 상업적 행위가 아니라 ‘나는 누구에게 속해 있는가’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신성한 행위였다. 이는 소유와 보호,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선언이다.

핫도그와 복음 사이, 2025년 한국의 자화상

다시 2025년의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보자. 오늘날 브랜드는 단순한 상표를 넘어섰다. 2020년대 중반을 살아가는 한국 소비자에게 브랜드는 ‘신뢰’와 ‘안전’을 보증하는 사회적 약속이 되었다.
항목
브랜드의 사회적 기능
한국 시장 현황 (2024-2025년 데이터 기반)
신뢰 보증
정보 과잉 시대에 품질과 가치를 보증하는 지표
‘한국산업의 구매안심지수(KPEI)’ 조사에서 식품, 가전 등 다수 부문에서 장기 집권 브랜드가 1위를 차지. 소비자는 검증된 브랜드를 통해 구매 실패의 위험을 줄이려 함.
안전 보증
특히 식품 분야에서 위생과 안전을 담보하는 역할
오뚜기,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 기업들이 국제적 식품안전인증(KFS) 획득을 강조. 이는 브랜드가 곧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기대로 이어짐.
가치 표현
개인의 취향과 신념을 드러내는 수단
‘가치 소비’, ‘무해력(Innocent Power)’ 트렌드 확산.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철학을 가진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소비.
이제 소비자들은 길거리 핫도그 하나를 사더라도 위생과 맛을 보증하는 브랜드를 찾는다. 이는 단지 까다로워서가 아니라, 불확실한 세상에서 최소한의 신뢰와 안전을 확보하려는 합리적인 행동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세상은 먹거리에 대해서도 이토록 투명한 보증과 신뢰를 요구하는데, 영혼의 문제를 다루는 교회에 대해서는 어떠할까?” 사회의 신뢰를 잃고, 그 이름의 권위를 상실한 오늘날의 한국교회. 세상은 교회를 향해 묻고 있다. “당신들이 전하는 복음의 가치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 당신들이 말하는 사랑과 진리를 무엇으로 보증할 수 있는가?” 교회가 세상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회복해야 할 것이 바로 ‘교회다움’이라는 브랜드, 즉 세상이 신뢰할 수 있는 이름과 정체성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교회들 (미국 교회 사례)

그렇다면 교회는 어떻게 그 ‘이름’의 가치를 세상에 증명할 수 있을까? 여기, 브랜딩을 통해 교회의 본질적 가치를 세상과 성공적으로 소통한 세 교회의 이야기가 있다.

Life.Church (라이프처치): ‘기술’로 복음의 문턱을 없앤 교회

핵심 가치: "비합리적인 관대함(Irrational Generosity)"
브랜드 스토리: 라이프처치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쉽게 복음을 접할까?'라는 질문에 '기술'로 답했다. 그들은 세계 최대의 성경 앱 'YouVersion'을 개발해 전 세계 수억 명에게 무료로 보급했다. 또한, 팬데믹 이전부터 온라인 예배 플랫폼을 구축해 다른 교회들이 무료로 사용하도록 개방했다. 이들에게 브랜딩은 로고 디자인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복음의 접근성을 높이는 행위 그 자체였다. '혁신'과 '나눔'이라는 그들의 브랜드는 구호가 아닌 실제 행동으로 세상에 증명되었다.

Elevation Church (엘리베이션처치): ‘에너지’로 다음세대를 움직이는 교회

핵심 가치: "대담한 믿음(Bold Faith)"
브랜드 스토리: 스티븐 퍼틱 목사가 이끄는 이 교회는 폭발적인 에너지의 예배와 그래미상을 수상한 예배음악(Elevation Worship)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들의 브랜딩은 화려한 무대에 머물지 않는다. ‘Make a Difference’라는 슬로건 아래, 교회의 젊은 에너지를 지역사회 봉사로 연결한다. 예배의 감동이 삶의 변화로, 지역을 향한 섬김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이들에게 브랜딩은 교회 안의 영적 에너지를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행동으로 전환하는 전략이었다.
엘레베이션처치 미션 사명문
Mission Statement We exist so that people far from God will be raised to life in Christ. Our mission statement is the heartbeat that drives everything we do. It's a call to action, a reminder that we're here to make a difference, to bring people to Jesus, and to see lives transformed by the power of the gospel.

Vous Church (부스처치): ‘문화’ 속으로 들어가 도시를 섬기는 교회

핵심 가치: "사람은 우리의 마음(People are our heart)"
브랜드 스토리: 예술과 패션의 도시 마이애미에 위치한 부스처치는 스스로 '문화의 일부'가 되기를 선택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언어와 디자인,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며 소통한다. 'I Love My City'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매달 도시 곳곳에서 실제적인 봉사를 펼친다. 이들에게 브랜딩은 교회가 성벽 안에 갇히는 대신, 도시의 문화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들의 필요를 채우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부스처치 Iove My City
이 교회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그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꾸며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핵심 가치와 사명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시대와 진정성 있게 소통했을 뿐이다.

가장 완벽한 브랜드, 예수

여기서 우리는 교회 브랜딩의 궁극적인 목적에 도달한다. 그것은 결코 사람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한 마케팅이 아니다. 교회 브랜딩의 목적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완벽한 브랜드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 브랜드의 이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예수님은 그 자체로 완벽한 브랜드였다.
핵심 가치: 사랑, 구원, 진리, 섬김, 희생
브랜드 메시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브랜드 경험: 굶주린 자를 먹이시고, 병든 자를 고치시며, 죄인과 함께 식사하시고, 자신을 내어주시기까지 사랑하셨다.
예수님의 삶과 사역은 그가 전한 메시지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분의 ‘이름’은 권능과 신뢰의 보증수표였다. 그분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가장 완벽하게 보여준 하나님의 ‘브랜드’(형상)였다.
"그는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이시요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이시니" (골로새서 1:15) "He is the image of the invisible God, the firstborn over all creation." (Colossians 1:15, NIV)
따라서 교회의 브랜딩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완벽하고 영광스러운 브랜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이 시대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증거하고 드러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 교회의 예배는, 공동체는, 세상 섬김은 과연 ‘예수’라는 브랜드를 올바로 반영하고 있는가? 이것이 브랜딩의 핵심 질문이다.

결론: 교회의 ‘이름’을 다시 생각하다

교회 브랜딩은 세속화의 길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이 시대와 불통하고 세상의 신뢰를 잃어버린 교회가 다시금 자신의 ‘이름’ 정체성, 가치, 사명을 깊이 성찰하고, 그것을 세상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려는 거룩한 몸부림이다. 그것은 교회를 멋지게 ‘꾸미는’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인 예수를 세상에 바르게 ‘드러내는’ 증언의 문제다. 불로 지져 새긴 낙인처럼 선명하게, 세상이 우리를 보고 “저들은 그리스도에게 속한 사람들”임을 알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한국교회에 필요한 진정한 의미의 브랜딩이며, 세상을 향한 가장 전략적인 사랑의 표현이 될 것이다.